내가 가장 좋아하는 창업자의 글이 하나 있다. 2013년 Slack 런칭 직전, Stewart Butterfield가 팀에 보낸 내부 메모. 'We Don't Sell Saddles Here.' 우리는 안장을 팔지 않는다.

안장이 아니라 말을 타는 삶

메모의 핵심은 이렇다. 말이 없던 시대에 안장 회사를 차렸다고 상상해보라. 당신은 안장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말을 타는 삶'을 파는 것이다. 안장은 수단일 뿐.

셀러들이 겪는 현실

내가 만난 셀러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했다. 오늘 물건을 팔았는데 그 돈이 내 통장에 오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주문이 들어왔는데 엑셀에 하나하나 적느라 다음 고객 응대를 못 한다. 배송을 보냈는데 고객한테 알림이 안 가서 '내 물건 어디 있냐'는 전화가 계속 온다.

그들은 결제 수단이 없어서 힘든 게 아니었다. 자기 매출에 대한 통제권이 없어서 힘들었다. 팔았는데 그게 내 돈이 아닌 느낌. 누군가의 시스템 안에서 대기번호를 들고 기다리는 느낌. 그 느낌이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다.

우리가 파는 것

우리가 파는 건 그 느낌을 없애는 것이다. 팔면 바로 내 돈이 되는 경험. 주문이 들어오면 알아서 정리되고, 결제가 되고, 고객한테 알림이 가는 경험. 사장님이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험. 자금 흐름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금 흐름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Slack이 메신저를 판 게 아니라 '더 잘 일하는 팀'을 판 것처럼, 우리는 셀러가 자기 사업자금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판다.

수수료 경쟁의 한계

결제 수단을 파는 회사는 수수료로 경쟁한다. 더 싸게, 더 빠르게. 그 경쟁은 끝이 없다. 0.1%를 깎으면 경쟁사가 0.2%를 깎는다. 자본이 큰 회사가 항상 이기는 게임이다.

그런데 셀러가 '내 사업의 현금흐름 통제'에 익숙해지면, 어딘가에 내 돈이 묶여있던 시절로 돌아가기 싫어진다. 그게 수수료 0.1%보다 강한 Lock-in이다. 우리가 안장이 아닌 것을 파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