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첫 3년 동안, 나는 '내가 원하는 세상의 변화'를 만들려고 했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 식물이 생활의 일부가 되는 문화.
고객 검증이라고 불렀지만, 돌아보면 '내가 원하는 고객'과 '내가 원하는 제품'에 대한 검증이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한 실험실. 약간, 북한에서 PMF 실험을 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는 실험.
성공을 쫓으면 성공할 수 없다
본엔젤스에서 1년에 한 번씩 모든 포트폴리오사가 모여서 선배 창업가에게 경험을 배우는 날이 있다. 특히 작년 모임에서 연사분께서 해주신 말씀이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성공을 쫓으면 성공할 수 없다. 돈을 쫓으면 돈을 벌 수 없다.'
너무나 많이 들어봤던 말이다. 그런데 그날 유독 깊이 와닿았다. 왜냐하면 내가 정확히 성공을 쫓고 있었고, 내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판매자의 진짜 니즈
전환점은 그루우마켓을 3년차까지 운영하던 시점에 일어났다. '그루우마켓'앱과 단톡방에 열심히 마케팅해서 판매자-고객들을 모아줬는데, 처음에는 거래가 활성화되나 싶더니, 이상한 현상을 관찰하게 됐다. 판매자들이 우리가 모아준 고객들을 네이버 카페, 카톡 단톡방, 인스타그램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었다.
왜 우리 플랫폼이 아니라, 밖에서 다시 만나는 걸까? 이번에는 내 가설을 검증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관찰하기 시작했다. 진실을 알고 싶었다.
"이제 대표님이랑 비즈니스로 엮일 일 없다 생각하고 말씀드릴게요. 저 솔직히 그루우마켓에 마케팅 때문에 들어간 거예요. 새 식물 집사들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근데 어차피 한 번만 제 거 사면 제 카페에서 다음에 팔아야 제가 수수료를 안 내잖아요."
처음 들어서 충격받은 게 아니다. 나도 아는 니즈였다. 이 '판매자의 니즈'를 3년간 외면했던 나 스스로에게 충격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3년간 외면한 이유는, 그걸 인정하면 내 사업 모델이 무너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자아가 진실을 가리고 있었다.
자아를 죽이니 보인 것
내가 원했던 세상의 변화 — 자아를 죽였더니, 그때서야 내가 해결하고 싶은 마켓이 보이기 시작했다. 탑다운으로 '이런 세상이 와야 해'라는 프레임을 걷어내니, 바텀업으로 '이 사람들이 지금 뭐가 답답한 거지'가 보였다.
창업 첫 3년이 실패였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다. 그 3년이 있었기 때문에 자아를 죽이는 것이 가능했고, 그 때부터 다음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