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에서 일할 때, 선배가 퇴직하면 '치킨집이나 해야지' 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지금 그 선배를 만나면, 꼭 알려드리고 싶다. 치킨집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걸.

가맹점 매출 2배 올리기

BBQ 마케팅담당자로 일할 때, 내 미션은 가맹점 사장님들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었다. TV CF, 배민 울트라콜, 아프리카TV의 BJ들에게 PPL을 넣어주고, 가맹점별 고객 CRM을 보내는 등 본사와 가맹점단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걸 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일할 때 BBQ에서는 가맹점 단위당 매출 2배 올리기가 아주 중요한 미션이었다. 방법은 '가맹점 사장님'들을 바이럴마케팅 용사로 트레이닝 시켜드리는 것.

어쩜 이렇게 큰 조직의 사고방식은 똑같은지 모르겠다. 첫 직장 프루덴셜에서는 '보험설계사가 SNS로 고객 창출하는 바이럴 실행 가이드 만들기'를 했고, 두번째 직장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지점, 행원, 대학생 홍보대사들이 SNS로 새 손님을 데려오게 하는 바이럴 전략 만들기'를 담당했는데, 이번엔 자영업 사장님들도 SNS별로 계정을 만들고, 카페/단톡방/SNS에 콘텐츠와 댓글달기를 시키라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가맹점 사장님들이 자신의 SNS, 카페, 블로그 등에 올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배포해주는 방식으로 전국 BBQ사장님들의 마케팅 어시스턴트 역할을 했다.

참여율 10%의 진짜 의미

그런데 가맹점주들이 그걸 안 했다. 아니, 못 했다.

나는 답답했다. 이걸 하면 매출이 오를 텐데, 왜 안 하시는 걸까. 문자 한 통 보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인스타에 사진 하나 올리는 게 그렇게 시간이 없나. 가맹점 중 참여율이 10%도 안 됐다. 나는 그 숫자가 사장님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직영점에 지원을 나가게 되어서, 그 때 이 원인에 대해 잘 파악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장님은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문을 닫았다. 오픈 전에 닭을 해동하고, 야채를 손질하고, 배달 동선을 짜고, 재료 재고를 확인했다. 점심부터 학교 단체주문이 들어오기도 하고, 슬슬 바빠지기 시작한다. 주문 전화를 받으면서 동시에 튀기고, 포장하고, 배달 기사한테 넘기고, 기름을 교체하고 소스를 보충했다. 마감 후엔 정산하고, 내일 발주할 재료를 정리했다.

하루 14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은 주문이 뜸한 오후 2~4시인데, 그때 밀린 설거지를 한다.

이 상황에서 '인스타에 사진 올리세요'라는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요구인지를 몸으로 알게 됐다. 나같아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들은 손이 10개라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마케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을 할 물리적 시간이 없었다. 참여율 10%의 참여율이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하루 14시간을 일하는 사람들이 쥐어짜낸 10%였다는 것을 그제야 이해했다.

"사람을 쓰면 사람 관리하느라 하루가 가요. 안 쓰면 내가 다 해야 해서 몸이 안 돼요. 뭘 해도 답이 없어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발견한 답

그때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 것이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마케팅 도구가 아니다. 시스템을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주문을 대신 받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사장님이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문 수집부터 결제 처리까지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것.

자영업자의 영업환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한 사람이 여러가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 하나를 하면 다른 것을 못하니, 가장 중요한 운영을 하다보면 그 외의 것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

본사 회의실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다. 현장에 앉아봐야 보이는 것이 있다. 이 때의 경험조각이 결국 지금 우리 팀이 만들고 있는 것의 출발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