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를 처음 읽은 게 대학교 때였다. 그때는 그냥 모험 소설처럼 읽었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보물이 있다는 꿈을 꾼 양치기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재미있었지만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창업을 하고 나서 다시 읽었을 때, 완전히 다르게 읽혔다.

합리적인 선택

산티아고에게 합리적인 선택은 스페인에 남는 것이었다. 양 떼가 있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 있었다. 양들의 습성을 알고, 어디에 물이 있는지 알고, 어떤 마을에서 양털이 잘 팔리는지 알았다. 마을에는 좋아하는 여자도 있었다.

꿈 하나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처음 가보는 땅으로 떠난다는 건, 객관적으로 보면 무모한 결정이다. 그런데 산티아고는 떠났다. 나는 그 결정이 이해가 됐다.

갈증은 꿈처럼

매스프레소에서 일하면서 내 안에서 계속 한 가지 질문이 올라왔다. '돈 내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쌓였는데, 왜 내가 직접 안 하지?' 나쁜 환경이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결정이었다. 불만이 있었다면 나오는 게 쉬웠을 것이다.

불만이 아니라 갈증이었다. 내 안에서 자라나는 것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양 떼를 돌보면서도 계속 피라미드 꿈을 꾸는 산티아고처럼. 꿈을 꾸지 않기로 할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나왔다.

보물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연금술사의 결말이 좋다. 산티아고가 이집트에 도착해서 발견한 것은, 보물이 처음부터 자기가 있던 스페인 성당 아래에 있었다는 것이다.

허무한 결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면 뭐하러 그 고생을 했나. 그런데 그 여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산티아고는 고향 성당 아래를 팔 이유가 없었다. 보물이 거기 있다는 걸 알 방법이 없었다. 사막을 건너고, 전쟁을 겪고, 연금술사를 만나고, 이집트까지 간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보물의 위치를 알게 된 것이다. 과정이 목적이었다.

3년의 여정이 만든 지금

우리팀은 첫 3년간 식물 커머스 플랫폼을 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결제 사업과 겉으로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3년이 없었다면 지금의 사업은 설계할 수 없었다. 그루우를 하면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을 알게 됐고, 결제의 문제를 체감했고, 내가 풀어야 할 문제를 발견한 것이다.

스페인에서 이집트까지의 여정이, 결국 스페인 성당 아래를 파게 만든 것처럼.

산티아고도 스페인에 남았다면, 보물이 성당 아래에 있다는 걸 평생 몰랐을 것이다. 떠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았지만, 떠났기 때문에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그러므로, 여정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Bon Voy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