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진짜 외롭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3년간 서비스를 운영할 때는, 팀이 있었고, 공간이 있었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감각도 있었다. 그런데 숫자는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았다.

걱정이라는 벽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모델이 맞나?', '시장이 너무 작은 거 아니야?', '다른 거 해보는 건 어때?' 하나하나 합리적인 말이었다. 그래서 더 외로웠다. 반대가 아니라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는 맞서 싸울 수 있지만, 걱정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냥 안고 가야 한다.

85일째의 출항

그 시기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84일 동안 고기를 못 잡은 노인이 85일째 되는 날 혼자 바다로 나간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문장이 건조하고, 불필요한 감정이 없고, 장면이 선명한 소설. 두 번째 읽을 때, 이게 창업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노인은 84일을 빈손으로 돌아오면서도, 자신이 어부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해서 못 잡는 게 아니었다. 물고기가 안 온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 그를 포기한 사람 취급했다. 그래도 노인은 85일째 새벽에 혼자 배를 끌고 나갔다.

뼈만 남은 결말

노인은 결국 뼈만 남은 채로 돌아온다. 사흘을 싸워서 잡은 청새치는 상어 떼에게 먹혀버린다. 처음엔 이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남은 건 뼈뿐이라니.

다시 생각해보니, 노인은 상어가 올지 오지 않을지를 통제할 수 없었다. 바다의 흐름도, 상어의 출현도, 배의 크기도 통제할 수 없었다. 그가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싸움을 다 하는 것이었다. 작살이 부러지면 노를 깎아서 싸우고, . 수단이 사라져도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내 몫을 다 하는 것

창업에서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장 타이밍, 경쟁자의 움직임, 투자 환경, 정책 변화.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몫을 다 하는 것이다. 고객을 한 명 더 만나고, 기능을 하나 더 다듬고, 팀과 한 시간 더 이야기하는 것.

내일도, 내 몸보다, 우리 배보다 큰 청새치를 찾아서 ! 팁스타운으로 총총총 걸어가야지